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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신문기사 o
작성일 : 11-06-07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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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20년만에 다시 모인 뮤지컬 ‘넌센스’ 초연 멤버 황수경·우상민·민경옥-레이디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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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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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나이를 잊고 살았는데, 이번에 공개된 걸 보고 저희도 깜짝 놀랐어요"
우리나라 뮤지컬 코미디 사상 최고의 히트작인 '넌센스'가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했다. 매일 새로운 작품이 쏟아지는 공연계에서 한 작품이 20년이란 세월 동안 한결같은 사랑을 받았다는 건 그야말로 놀라운 일. 이토록 영광스러운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원년 멤버들이 뭉쳤다. 지난 1991년 6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무대에 올랐던 젊은 배우들은 이제 중년이 되어 다시 만났다. 강산이 꼬박 두 번 변하는 동안 많은 것들이 달라졌지만, 무대에 오르기 전 느끼는 두근거림과 열정만큼은 아직도 여전하다.
우리나라 뮤지컬 역사상 최초의 기록이다. 수십 년의 역사를 이어온 극단은 몇몇 있었지만, 단일 공연으로 20주년을 맞이하는 경우는 뮤지컬 '넌센스'가 처음이다. 1991년 6월 인켈아트홀에서 초연된 이후, 공연 때마다 90%가 넘는 관객점유율을 기록하며 사랑 받아온 뮤지컬 '넌센스'는 이제껏 8천6백38회 최다 공연에 5백만 명이 넘는 관객을 불러 모으며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의 대중 뮤지컬 작품으로 자리 잡았다. 또 박정자, 윤석화, 양희경, 하희라, 신애라, 전수경 등 내로라하는 여배우들을 배출해내기도 했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기록이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이다.
다섯 명의 수녀가 식중독으로 숨진 동료 수녀들의 장례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자선 공연을 펼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은 포복절도할 웃음과 세상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가 잘 어우러져 있다. 저마다 다른 성격을 가진 다섯 수녀의 조합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배우들이 빚어내는 절묘한 호흡과 완벽한 앙상블이 무엇보다 중요한 작품이기도 하다.
이번 공연에서는 20주년의 의미를 기념하고자 기존에 함께해온 배우들 외에도 초연 멤버들이 함께 캐스팅됐다. 1991년 당시 각각 원장 수녀·허버트 수녀·레오 수녀로 무대에 올랐던 배우 우상민(57)·민경옥(55)·황수경(45)이 그 주인공들이다. 한창 왕성한 활동을 펼치던 20, 30대 때 함께 땀 흘리던 이들과 20년이 지나서 다시 같은 무대에 서게 된 감회는 어떨까, 분신처럼 소중했던 캐릭터들을 지금 다시 만났을 때 느낌은 어떨까, 이들에게 과연 뮤지컬 '넌센스'는 어떤 의미일까. 궁금한 것이 참 많았다. 20년 전만큼, 아니 그보다 더 '넌센스'에 푹 빠져 있다는 세 사람은 "이런 무대가 가능하게 된 건 모두 관객들 덕분"이라며 "좋은 관객이 좋은 작품을 만든다"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20년 전보다 더욱 에너지 넘치는 무대
레이디 경향(LADY) 작품이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의 과정을 모두 함께한 원년 멤버라 20주년을 맞는 소감이 더욱 남다를 것 같은데 어떠신가요. 이렇게 장기 흥행할 거라 예상했나요?
우상민 '넌센스'는 제 연기 인생에 있어 가장 활기차고 에너지가 넘칠 때 만난 작품이에요. 사실 그때 '오래오래 잘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우리끼리 "10주년 때 같이 모이는 게 어때?"라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실제로 10주년 때도 무대에 올랐고 이렇게 20주년도 함께하게 되니 무척이나 기뻐요. 감개무량하다고 할까요.
민경옥 저 또한 30대 후반에 이 작품을 처음 만났어요. 저는 아직 젊은 시절에 그대로 머물러 있는 것 같은데, '넌센스'가 올해 20주년이라는 얘기를 듣고 처음에 깜짝 놀랐죠. '그럼 조금 지나면 내 나이가 예순이란 말이야? 말도 안 돼!' 하면서요(웃음).
우상민 사실 평소에 거의 나이를 잊고 살거든요. 배우들은 딱히 나이를 얘기할 일도 없고요. 이번 공연을 홍보하는 과정에서 저희 나이를 강조하는 자료를 냈는데, 그걸 보고 제 나이가 이렇게 많다는 데 놀랐지 뭐예요.
황수경 처음 공연할 때는 배우들 중 제가 막내였어요.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열심히만 했죠. 물론 지금도 많이 부족하긴 하지만, 그래도 이제야 조금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그때는 제가 제대로 하고 있는지 늘 불안하고 의심스러웠거든요. 훌륭한 선배들에게 누가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고요.
우상민 20주년은 그야말로 '잔치'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 잔치가 열릴 수 있었던 건 작품이 좋고 배우들도 열심히 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관객들 덕분이겠죠. 꾸준히 성원을 보내주셨으니까요.
LADY 20주년 무대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 곧바로 결심을 하셨나요? 그래도 막상 선뜻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황수경 캐스팅된 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했는걸요. 20년을 이어온 대단한 작품이잖아요. 젊은 배우들이 무척 잘해주고 있어서 살짝 걱정이 되기도 했는데, 제가 출연해서 잘해낸다면 후배들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되어 줄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민경옥 저는 좀 망설였어요. 하고 싶긴 한데, 과연 이 나이에 30대 때 췄던 춤을 소화해낼 수 있을까 걱정이 됐거든요. '넌센스'가 워낙 흥겹고 파워풀한 작품이라 춤도 많고 생각보다 격렬해요. 그동안 작품활동을 꾸준히 해왔지만, 상대적으로 주로 정적인 연기를 했으니까요. 그런데 막상 연습을 시작해보니 몸이 저절로 움직이더라고요. 실력이 별로 녹슬지 않았나 봐요(웃음). 어떻게 보면 20년 전보다 더 에너지가 넘치는 것 같아요.
우상민 같이 공연하는 후배들한테 에너지를 많이 얻는 것 같아요. 저희가 주로 활동할 당시만 해도 지금처럼 뮤지컬 작품이 많지 않았어요. 그래서 연극 하던 사람들 중에 연기 잘하고 어느 정도 가창력 있는 사람들이 캐스팅되곤 했었는데, 요즘에는 전문 배우들이 많아서 노래며 춤이며 전부 완벽하더라고요. 그 친구들한테 많이 배워요.
민경옥 저희가 그동안 여러 무대에서 경험하며 쌓아온 것들을 후배들에게 나눠주고, 반대로 후배들에게는 잊어버렸던 젊은 감각을 배워요. 끼와 재능이 넘치는 배우들이 많아서 같이 행복하게 공연하고 있어요.
LADY 춤이나 퍼포먼스 연습시간이 늘어난 반면, 한편으로는 경험과 연륜이 쌓이면서 예전에 비해 훨씬 수월해진 부분도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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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녀원 2인자, 교육 담당 허버트 수녀 역의 민경옥.
| | 우상민 초연 때도 원장 수녀 역할을 했었는데, 그때는 사실 '원장'처럼 보이려고 억지로 꾸몄던 것 같아요. 어제 무대 밑에서 (황)수경씨가 연기하는 걸 지켜보는데 문득 '배우는 역시 나이가 들어야 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안정감이라고 할까, 자연스러움이라고 할까. 손짓 하나 눈빛 하나에 그런 게 녹아 있더라고요.
민경옥 예전에는 '기술'로 연기하려고 했던 부분이 있어요. 이럴 땐 이렇게, 저럴 땐 저렇게 분석해서 정답을 알아내려고만 했다면 이제는 역할을 이해하면서 어느 정도 자연스럽게 찾아가는 것 같아요. 좀 더 전체적으로 큰 그림을 볼 수 있게 됐고요.
우상민 음, 이런 장점도 있어요. '진한' 대사를 더 여유롭고 맛깔 나게 할 수 있게 된 거?(웃음) 여러모로 이곳에는 나이 든 배우가 필요해요. 실상 찾는 곳이 많지 않다는 게 유감이긴 하지만요. '넌센스'처럼 다양한 연령대의 배우가 저마다의 연기를 보여줄 수 있고,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이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 많아졌으면 해요.
관객과 하나되어 만드는 유쾌한 한마당
LADY 넌센스는 초연 당시부터 반응이 무척 좋았다고 하던데요. 인기가 어마어마했다면서요?
민경옥 처음 공연을 했던 곳이 혜화동 인켈아트홀로, 객석이 2백50석 정도였던 것 같은데 매번 300여 명가량이 몰렸어요. 통로에 보조의자를 갖다놓거나 뒤에 서서 공연을 보시는 분들이 많았죠.
황수경 스무 번 넘게 공연을 보러 오시는 분들도 있었어요. 그분들이 대사나 노래를 다 외우시니까 배우들이 대사를 하기도 전에 먼저 크게 읊어버려서 저희가 무척 곤란해한 적도 있었지요. 처음에는 연극계에 종사하시는 분인가 보다 생각했는데, 전혀 상관없는 분이셨어요. 원래 연극이나 뮤지컬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었는데, '넌센스'를 보고 반해서 그 뒤로 스무 번 넘게 공연을 보러 오셨던 거예요.
우상민 공연 때마다 맛있는 음식을 사다주신 분도 기억에 남네요. 공연 기념일 같은 때는 본인이 직접 글자를 새긴 케이크도 만들어 가져오시고요. 어떤 분은 매번 커다란 꽃다발 다섯 개를 보내오셨어요. 이름도 없이 말이죠. 저희끼리 아마도 우리 중 누구를 짝사랑하는 사람인 것 같다며 서로 '나'를 좋아하는 거라고 우겼는데 결국 아무도 고백을 못 받았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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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에 머리를 맞아 기억을 잃은 엠네지아 수녀 역의 황수경.
| | LADY 반응이 좋아서 공연 내내 참 뿌듯하셨겠어요. 원래 초연 멤버들은 아무래도 작품을 자신들의 힘으로 탄생시켰다는 점에서 더 애착이 클 것 같아요. 또, 그만큼 어려운 점도 많았을 것 같고요.
민경옥 아무래도 초연을 성공시키기까지 고생을 많이 했죠. 처음에 번안한 내용을 직역해서 함께 연구하면서 우리나라 현실과 정서에 맞게끔 계속 고치고 다듬었죠. 첫 공연 딱 일주일전까지도 제 솔로곡 가사가 다 안 나와서 얼마나 마음을 졸였다고요.
우상민 일단 뭐든 다 처음인 거니까 참고할 것도, 도움을 받을 만한 것도 없어서 막막할 때가 많았어요. 수녀복도 외국 공연 사진을 보면서 만들었거든요. 사진밖에 없으니까 옷 안감은 뭘로 만들어야 할지, 팔은 어떻게 뚫어야 할지, 하나부터 열까지 어려운 것 투성이였어요.
황수경 그때 수녀복 잘못 만들어서 귀까지 막아버리는 바람에 반주를 놓쳐가지고 노래 못한 사람도 있잖아요. 지금처럼 무대기술이 발달하지도, 편리한 소품이 있지도 않은 때였으니 더했죠. 무선 마이크가 얼마나 컸던지, 뒤편에서 본 관객들이 수녀들 머리에 왜 전부 혹이 났냐고 물어보시기까지 했다니까요(웃음).
LADY 다들 기상천외한 에피소드 하나씩은 갖고 있으시겠네요. 특히 황수경 배우는 '넌센스'에만 1천7백여 회 출연한 최다 출연 기록을 갖고 있을 정도잖아요. 기억에 남는 실수담 같은 건 없나요?
황수경 혼자 살 때 강아지를 키웠거든요. 도저히 집에 혼자 두고 나올 수가 없어서 종종 공연장에 데리고 왔는데, 자기 처지를 잘 아는지 언제나 짖지도 움직이지도 않고 분장실에서 기다리더라고요. 그런데 어느 날 무대에서 한창 연기를 하고 있는데 강아지가 무대 위에 올라와 떡하니 자리를 잡고 저를 바라보고 있는 거예요. 처음엔 당황했지만 이내 웃으면서 "이 개는 수녀원에서 키우는 개예요" 이렇게 애드리브로 넘겼죠. 다행히 관객들도 좋아하시고 워낙 얌전히 있어서 결국 그날 우리 강아지도 '넌센스'에 쭉 출연했어요.
우상민 저는 여름 야외 공연 때였나? 깜짝 놀라는 장면이 있어서 입을 크게 벌렸는데 날파리가 쏙 들어간 거예요. 어떻게 하겠어요. 그냥 꿀꺽 삼키고 계속 대사했죠(웃음).
오랜 세월 관객을 사로잡은 작품의 힘
LADY 사실 수많은 작품들이 무대에 오르고, 영화나 TV 드라마처럼 관객들의 흥미를 자극할 만한 다른 형태의 서사가 많은 현실에서 '넌센스'가 2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꾸준히 흥행해왔다는 건 무척 의미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만큼 저력 있다는 뜻이기도 하고요. 오랜 시간 롱런할 수 있었던 힘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민경옥 '넌센스'는 그 어떤 작품보다 드라마가 강해요. 그렇기 때문에 배우들의 순발력이라든지 호흡이 무척 중요하죠. '넌센스에 출연했다면 검증된 배우'라는 이야기도 있다고 하잖아요. 그만큼 배우들 각자의 실력은 물론 함께 만들어내는 앙상블이 뛰어난 작품이에요.
우상민 엄격한 원장 수녀부터 귀여운 레오 수녀까지, 다섯 수녀 저마다 특성이 있고 모두 매력적이어서 다양한 관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명확하고요.
민경옥 음악도 들을수록 참 좋아요. 솔로, 듀엣, 합창이 있는데 전부 절묘하게 얽혀 있어요. 장르도 다양하고요. 뮤지컬 넘버에 대한 관객들의 만족도도 높더라고요.
황수경 사실 관객들을 웃기는 코미디 작품은 무척 많아요. 하지만 대부분 그걸로 '끝'이더라고요. '넌센스'는 재밌기만 한 게 아니라 그 안에 인간의 감성을 자극하는 감동이 있고 메시지가 있잖아요. 그리고 에너지를 잔뜩 끌어올려서 확 쏟아내니까 후련하기도 하고요. 예전에 개인적으로 굉장히 와 닿는 관람 평이 있었어요. '오랜 변비를 앓다가 어느 날 화장실에서 시원하게 해결한 기분이다'라고요. '넌센스'를 기막히고 정확하게 표현한 평이라고 생각해요.
LADY 야심 차게 준비한 20주년 기념 공연인 만큼 기대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한 말씀씩 부탁드려요.
우상민 '넌센스' 원년 멤버로서 특히 자부심을 갖고 있는 부분이 있어요. 공연이 끝나고 나면 언제나 살짝 관찰을 하는데요. 공연장을 나가는 관객들의 얼굴이 하나같이 행복하다는 거예요. 간단히 '20주년'을 맞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얼마나 좋은 작품인지 설명이 될 거예요. 올해는 새롭게 단장한 부분도 많으니까 이미 관람하셨던 분도 색다른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민경옥 배우들은 한 인물을 연기하면서 알게 모르게 영향을 많이 받아요. 저도 허버트 수녀와 많은 교류를 나누면서 함께 세월을 살아온 것 같아요. '넌센스'는 한 명 한 명, 우리와 닮은 구석이 많은 진실한 인물들이 등장해요. 제가 그랬듯, 관객 여러분도 인물과 함께 스스로를 위로하고 토닥이고 응원해보면 어떨까 싶어요.
황수경 초연 멤버들의 '열정적인' 연기도 기대하고 지켜봐주세요. 워낙 '기대된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조금은 부담이 되기도 하지만요. 특히 원장 수녀님과 허버트 수녀님 두 분의 호흡이 아주 환상적이에요. 안무도 가장 열심히 하고 계시고요. 이렇게 나간다면 앞으로 또 10년 뒤 '30주년 넌센스' 무대에도 설 수 있을 것 같은걸요? 그때도 인터뷰해주실 거죠?
＜■글 / 이연우 기자 ■사진 / 이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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